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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한 '국민 눈높이 국회'

"4년 동안 국회에서 생활해 보니 국회의원들이 어떻더냐"고 장세환 전 국회의원한테 좀 막연한 질문을 했다. 송곳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위선적인 의원들이 너무 많더라는 것이었다. 정의를 외치고 국민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국회의원일 수록 실제 행동이나 생활은 정 반대더라는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달라야 살아남는 게 우리 정치풍토라면 위선적인 그들이야 말로 정확히 현실을 읽고 있는 셈인지도 모른다.

 

장 전 의원이 작년 12월14일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판에 대한 자괴감과 자신의 무력감이었다. 기자회견문은 '야권 통합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제목을 달았지만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 '사심과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는 것' 두가지를 내세웠다. 국민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전투구식으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지난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점을 남겼다. '폭력국회'와 '식물국회'라는 질타를 들었다. 전기톱과 해머를 휘두르고 최루탄을 터뜨린 폭력적인 행태가 외신을 타고 세계에 전파됐다. 국민적 비아냥 속에서도 잇속 챙기기에는 여야 모두 적극적이었다. 세비와 보좌관을 늘리고 의원직을 그만 두면 65세부터 평생 매월 120만 원씩 받는 '노후연금'까지 챙겼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특권이 200여 개나 생긴다고 한다. 장관급 예우와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에다 철도 선박 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의원들은 한해 1억2400여 만원의 세비를 받고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 등 7명을 채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된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19대 국회는 절반 가까운 149명이 초선으로 물갈이됐다. 개혁성향도 앞서고 국민적 기대감도 높다. 일을 제대로 하고,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면서 특권을 과감하게 버린다면 이런 비용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오늘이 국회 개원일이다. 원구성 협상이 난항이다. 국민을 위하고 민생과 개혁을 주창하지만 당리당략에 매몰돼 있다. 18대 때와 똑같다. 국민 눈높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이런 기술이 없는 모양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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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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