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은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철거현장에서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던 과정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 등 6명이 숨졌다. 용산 재개발사업의 피해보상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에서 이주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는 일부 세입자들이 철거용역업체 사무실 건물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했다. 당시 경찰 특공대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재임기간 중 강제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두개의 문' 이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6월21일) 한달여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누적 관객이 5만1,350명이었다.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후회하지 않아'(4만3,348명)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는 관객 5000명을 넘기기가 힘들다.
흥행 성공의 배경은 정의에 대한 갈망과 망각에 대한 반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정서가 3년이 지난 뒤에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회성 짙은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김일란 감독도 "절망적 상황을 희망의 에너지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 이 영화와 접점을 이뤄 발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인다면 대선을 앞두고 유명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이 영화를 관람할 수가 없다. 전국 유일의 독립영화제 고장에서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이 상업영화에 치중하면서 상영기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청주 강릉 광주 대전 부산 대구 등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모금(190만원)운동을 통해 일반극장을 '대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너무 소극적이다. 시내에 디지털독립영화관이 있는 등 전주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여건이 좋은 데도 아예 머리를 쓰지 않을 모양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30억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42개국에서 184편에 이르는 독립영화를 초청한 전주에서 우리나라 독립영화 하나 볼 수 없다면 전주시는 뭐라 대답할 텐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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