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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들의 이미지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현대사회를 '모사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복제의 시대'로 규정한다. TV·광고·영화·인터넷 등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하거나 복사한 '가상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자 실재라는 것이다. 그의 대표 학설인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이다. '시뮬라시옹'은 사물이나 사건의 모사를 뜻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현실의 모사나 이미지, 즉 '시뮬라크라(Simulacra)'들이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하는 곳이다. 나아가 모사물이면서도 현실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하이퍼 리얼리티(극실재)를 생산해 낸다는 것이다. 그걸 가능케 한 것은 정보와 매체의 증식이다. 그는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대세계와 미디어의 전횡을 비판하고 있다.

 

미디어에 의해 지배되는 치열한 영역 중의 하나가 정치분야다. 정치인이나 정당이 추구하는 목표와 지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지 않고는 유권자들한테 어필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박근혜,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서울대 대학원장이 예능프로에 출연해 지지율이 급상승한 건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한자릿수에 머무르는 일부 대선 주자들도 탄탄한 이력과 정치적 경력, 훌륭한 삶의 궤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영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 억울할 것이다.

 

한 언론사가 '젊음 표심'을 알아보기 위해 인턴기자 45명한테 'OOO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뭐냐'고 물었더니 흥미로운 대답이 나왔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공주'를 떠올렸고, 안철수 교수는 '속내를 알 수 없다' '소통'을 꼽았다.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선 '소방서 사건'을,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이장'과 '농부'를, 손학규 상임고문은 '철새정치인''저녁이 있는 삶''애매모호함'을 꼽았다.

 

이미지에 가려진 능력이나 진정성, 도덕성을 검증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보드리야르의 지적처럼 미디어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아무리 실재라지만 그에 매몰돼선 안된다. 미래의 국가 통치자를 이미지만 갖고 선택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 미디어의 전횡, 이미지 정치의 폐해도 냉철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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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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