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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인권과 국격(國格)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중국에서 전기 고문(拷問) 등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충격을 넘어 강한 분노감을 느끼게 한다. 주사파 대부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김영환씨는 지난 3월29일 전북출신 유재길 강신삼 이상용씨 등과 함께 중국 다롄(大連)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돼 무려 114일간 불법 구금을 당했다가 지난 7월 20일에야 풀려났다.

 

김씨 일행은 중국에서 불법 체포와 무단 구금을 당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과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거부당했던 영사 접견도 무단 구금된 지 29일만에야 이뤄졌다. 그것도 모자라 강제 노역에 잠 안 재우기와 물 안주기 구타와 전기고문 등 무자비한 고문까지 자행했다니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도대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같은 행패가 벌어질 수 있는가. 김씨 외에 전북출신 3명은 중국에서의 억울한 처사에 대해 밝히지 않아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김씨가 구체적으로 밝힌 중국 공안의 행태를 보면 치가 떨리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이 유독 한국인에 대해 악랄한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언들을 접하면서 우리를 더 격분케 만든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고문한 사실도 없고 조사과정에서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했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유엔의 고문방지협약에도 가입했다지만 중국의 인권 인식과 국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선진국가로 인정받기에는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

 

더 한심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다. 외교부는 자국민 보호책임이 있음에도 불법 체포 한달 만에야 영사접견이 이뤄진데다 영사 접견시 고문사실을 확인하고도 이에 대해 중국 측에 정식 문제제기를 안했다 하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영환씨에 따르면 고문 사실 공개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정부의 간접적인 입장 전달이 있었다니 이 같은 저자세 외교 때문에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계속 무시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정부는 뒤늦게서야 중국 내에 수감 중인 625명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가혹행위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김영환씨가 유엔 인권위원회 등에 제소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더 이상 우리를 우습게보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국격을 높이고 국민을 보호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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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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