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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살인

"나는 짐승을 죽인 것이지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지난 1991년 1월 30일 어릴 적 자신을 성폭행했던 이웃집 아저씨를 21년 만에 찾아가 살해한 김부남씨(당시 30세)가 법정에서 진술한 말이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 이었던 김씨는 우물을 같이 사용하던 이웃집 송모씨(당시 35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9살 어린이는 성폭행 상처로 열흘 간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부모에게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혼자 겪으면서 보냈다. 그 끔직한 상처를 안고 성장했던 김씨는 타인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쌓이면서 작은 자극에도 공격성향을 보였고 결혼 후에도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석달만에 이혼당했다. 재혼해서 아이를 하나 낳았지만 역시 어릴 적 겪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아왔다. 김씨는 자신이 당한 상처와 고통을 법에 호소하려했지만 당시 성범죄는 친고죄로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송씨를 처벌할 수 없음을 알고서야 직접 살해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김부남 사건은 아동 성폭력이 부른 우리나라 최초의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보듯 아동 성범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인격 살인'인 동시에 한 영혼까지 파괴하는 '영혼 살인'이다. 또한 가족들도 평생 똑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김부남 사건이후 여성단체에서 1991년 10월말 국회에 '성폭력특별법 제정' 청원을 냈고 1993년 말에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성폭력특별법이 제정 된지 20년이 다 되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2008년 조두순 사건, 2010년 김수철 사건에 이어 이번 나주 고종석 사건 등 충격적인 아동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아동 성범죄는 3.3건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 성폭력사건 신고율이 10%를 밑도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성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성범죄를 저지른 9000여명이 아직도 붙잡히지 않고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성범죄, 특히 스스로 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한 성범죄는 법의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화학적 거세 확대 뿐만 아니라 스위스나 미국처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도록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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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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