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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친구(墓友)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는 요즘 노인들 사이에 슈카쓰(終活)가 활발하다고 한다. 슈카쓰는 글자 그대로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활동'으로 노인들이 자신의 장례나 무덤을 직접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최근 눈길을 끄는 활동이 하카토모(墓友)다. '무덤을 같이 하는 친구'로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미리 친분을 쌓고 무덤도 나누어 쓰는 관계다. 새로운 의미의 친구인 셈이다.

 

도쿄 외곽 후추(府中)시에 있는 후레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독신여성만을 위한 합동묘지로 꽤 인기가 높다. 가족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 독신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홀로 쓸쓸히 무덤에 안치되기 보다는 무덤친구들과 함께 안장되길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은 비영리 민간법인이 운영하는 모임에 가입해 1년에 한번씩 와인을 나눠 마시며 이곳에 안장된 회원들의 추도식을 갖는다. 비용도 저렴해 우리 돈 350만 원이면 장례비와 사후관리비를 해결 할 수 있다. 일반 묘지의 1/5 수준이다.

 

또 도쿄도는 대규모 수목장을 만들고 있다. 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구덩이를 파서 유골을 합장하는 형태로 400명을 안장할 수 있는 납골공동묘 27개를 설치했다. 수목장 한 곳에 1만 여 명이 안장되는 것이다. 도쿄도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의지할 곳 없는 노부부 등을 위해 이러한 시설을 도쿄 도내에 8곳을 만들고 있다. 묘지를 예약한 사람들은 이 수목장에 1년에 한번씩 모여 친목을 다진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일본인은 남성의 20%, 여성의 10%가 넘는다. 이들에게 고독한 죽음은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일본 고령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고독과 빈곤 대신 교도소행을 택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수감자가 10%에 가깝고 이들의 범죄 유형은 소매치기 등 가벼운 절도죄가 대부분이다. 교도소에 들어 가면 고독도 덜고, 잠자리와 하루 세끼를 챙겨주기 때문에 바깥보다 오히려 교도소가 낫다는 것이다.

 

일본의 2011년 고령화율은 23.3%로 전체 1억2000만 명 중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다. 2012년 고령화율이 11.8%인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에 미치지 못하지만 급격하게 닮아가고 있다. 고독사 예비군이 10만 명으로, 일본의 무덤친구가 남의 일이 아니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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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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