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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 박물관

얼마 전 저작권법 전문가인 연세대 남형두 변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1950년대 영화스타 제임스 딘의 고향 페어몬트에 관한 것이다. 제임스 딘은 스물다섯 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미국영화배우다. 너무 짧게 살다간 까닭에 남긴 영화는 10편 정도. 더구나 그 대부분은 조연이나 단역이고, 대표작은 '에덴의 동쪽''이유 없는 반항''자이언트' 등 세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원한 '스타'다. 그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청바지를 상징하는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 '이미지메이킹'된 영향도 클 것 같다.

 

그는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고뇌의 일면을 상징하는 존재로 미국인들의 우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다. 그 증거를 그의 고향 페어몬트에서 찾을 수 있다. 페어몬트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아주 작은 도시다. 인구 4천명도 안 되는 이 도시에 제임스 딘과 관련된 박물관이 3개나 있었다고 한다. 영화배우로 활동한 기간은 2~3년. 아무리 세기의 스타였다고는 하지만 20대에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무슨 유물이 그렇게 많아서 박물관을 3개씩이나 두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 제임스 딘의 이름과 초상권 소송을 맡게 돼 페어몬트를 방문했던 남변호사는 박물관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 박물관은 제임스 딘이 사용했던 만년필, 노트 등을 유리관 안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선을 끈 것은 그 유품들이 아니었다. 제임스 딘이 썼다는 머그잔이 진열된 유리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고 있거나, 깨알같이 써놓은 설명을 돋보기로 읽느라 오랫동안 머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 관객들이었다. 젊은 시절 우상이었던 '제임스 딘'을 만나기 위해 페어몬트에 온 노인 관객들에게 제임스 딘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 놓은 박물관의 유품들은 젊은 날을 추억하게 하는 소중한 통로였던 셈이다.

 

실제로 1988년 페어몬트 도심 부근의 주택을 활용해 문을 연 제임스 딘 박물관은 화재가 나 새 건물로 옮긴 이후까지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관광수입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물관은 아쉽게도 2005년에 문을 닫았지만, 페어몬트는 20년 가깝게 전 세계의 제임스 딘 팬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 도시의 선택이 가져온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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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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