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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계사년(癸巳年) 신년사에서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이 말은 12세기 중국 철학자 주희의 어록에 나오는 말로, 욕심을 부려 억지로 하지 않고 공력을 쌓으며 기다리면 큰 일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신년사에서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밝혔고, 김완주 도지사도 지역경제를 강조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을 잊고 새로 도전해 성장의 길을 개척하자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신사업을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새해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덕담이나 목표를 언급하면서 결국은 돈에 귀결된 말을 한다. 잘 먹고 잘 살기다. 정치도 그렇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나온 핵심 의제도 결국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국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는가였다. 오죽하면 새해 덕담하면서 '부자되세요' '돈 많이 벌으세요'하는 낯간지러운 말이 횡행하겠는가.

 

이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돈'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사회가 돌아가는 바탕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과 나눔 등 수많은 가치가 있지만 돈만큼 고귀한 가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돈은 이중적 잣대가 적용되는 대표적 가치다. 도덕이나 나눔 등은 거창한 정신적 가치가 부여되지만 돈은 물질적 가치로 치부되며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물론 돈에는 정당한 땀의 결실인지, 부정의 결과인지, 졸부의 땡전인지 등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 분명히 있다. 모양이 돈처럼 생겼다 해서 모두 돈으로서 동등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돈이지만 우리 사회는 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인간은 평소 교양교육이나 상식의 확대 등 도덕성 함양 등을 통해 돈의 성스러움과 추악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규 교육을 받지만 돈에 대한 교육은 받지 않는다. 경제 교육을 받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를 배우지 않는다. 대기업 등 부자들이 돈을 벌어 어떻게 사용해야 지역에, 국가에 두루 이익이 되는지 모르거나 외면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돈을 둘러싼 위선이다.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풀려면 이 같은 어긋남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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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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