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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사의 리더십

독일 정치철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인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핵심 명제는 "정치인은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함께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신념도 중요하지만 신념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신념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지혜와 역량, 인적 네트워킹, 명석한 판단력과 추진력 등이 결집돼야 한다. 막스 베버가 '열정'과 '균형감각', '책임의식' 세가지를 정치인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제시한 것도 그런 연유다.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도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하면서 진보정권 10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열심히 했다는 것만으로는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결과를 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안철수의 생각')

 

김완주 도지사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라 있다. 2011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혁신도시 이전 무산의 뼈아픈 패착에 이어 프로야구10구단 전북연고지 유치도 무산됐다. 프로야구10구단은 출발시점과 참여기업, 시장성, 인프라구축 방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경기 수원에 비해 열세였다. 지역균형 논리가 비교우위의 유일한 무기였다.

 

LH문제는 분산배치를 선택한 판단착오와 정보부재, 정치역량 미흡 등이 가져온 패배였다. 당시 내부토론 때 '통합된 조직을 다시 분산시킨다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묵살됐다. MB정권 탓으로 돌리는 이도 있지만, MB에 대한 김 지사의 '감사편지'를 놓고 청와대가 김 지사를 치켜세우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세상에 드러낸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각설하고, 언론은 벌써부터 두 실패가 김 지사의 3선 행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김 지사가 3선 불출마 얘기를 한 적은 있지만 3선 출마 얘기를 한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세간의 눈은 3선 출마 쪽에 있다. 그런데 잇단 실패가 결과되면서 "되는 게 없다. 한 일이 뭐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에는 명석한 판단력이 필요하고 성과물이 나와야 한다. 김 지사는 열심히 일하는 편이다. 하지만 막스 베버의 지적처럼 열정만으로 면피될 수는 없다. 더구나 특정 목적이나 과거의 실책을 만회하려는 수단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김 지사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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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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