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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과 火病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피해를 입었을 때 똑같은 앙갚음을 하는 것을 이른다. 하지만 문명, 문화가 강조되는 인간사회에서 '눈에는 눈'식의 앙갚음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도 문화적 수준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아무리 울화통이 터져도 법 절차를 지켜볼 뿐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에서 이뤄지는 세 번의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 내용이 너무 약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해도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 어찌할 수 없다.

 

얼마 전 지인이 교통사고 후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는 1년 전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에서 만취 운전자에 치여 두 다리 무릎 부위가 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는데, 당시 수술 하면서 덧댄 고정쇠를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그는 이번 수술에 따른 입원까지 합하면 1년 이상의 병원 신세, 아니 교도소 생활을 하는 셈이다. 아무리 재활치료를 해도 그가 좋아하는 산에 두 발로 걸어서 못간다.

 

하지만 음주운전을 하다 중과실 인사 사고를 낸 가해자는 4개월 정도의 미결수 생활을 했을 뿐이다. 그는 사고 후 뺑소니를 쳤고, 범행 사실을 남에게 떠넘기려다 잡혔다. 그럼에도 그는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고, 직장에도 복귀했다. 피해자는 평생 불구처럼 살아야 하지만 가해자는 별 문제없이 살게 됐다.

 

사실 세상에는 훨씬 더 큰 사고와 상식을 넘어선 부적절한 사고 처리와 처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6일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집으로 끌고가 무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오원춘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오원춘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사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범행을 미리 계획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오원춘의 잔인무도한 행위를 '범행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며 세탁해 준 것이다. 설사 법원이 '눈에는 눈' 식으로 오원춘에 대해 점잖은 교수형이 아닌 능지처참형을 선고한다고 해도 억울하게 살해된 여성 피해자는 살아오지 않는다. 가해자의 인권을 너무 옹호하는 법원의 행태는 부적절하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만 화병(火病)나게 할 뿐이다.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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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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