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20:46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호남출신이면 만사 OK?

호남에서 태어났지만 서울 사람으로 알려진 검사가 있었다. 노무현정권 시절 그 검사의 검사장 승진배경을 설명할 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호남 지분으로 검사장 됐다는데?"

 

"그 검사, 호남사람 아닌데. 서울 사람이잖아. 호남사람이라고 말한 적도 없고. 도대체 그 사람이 왜 호남인데?"

 

호남출신이 받는 불이익을 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진급이라는 특혜 순간에 돌연 호남으로 출신지를 바꾼 사례다. 국회의원 신경민이 자신의 책 '개념사회'에서 소개한 '고향세탁'의 예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현 무역협회 회장)는 전북출신인 데도 DJ정부 이전엔 향우회나 전북도민회, 재경인사 신년하례회 등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DJ가 정권을 잡고 난 뒤에야 전북출신 행세를 한 인물로 관가엔 정평이 나 있다.

 

전북 완주출신인 탤런트 유인촌씨도 고향을 세탁한 인물이다. MB정권 출범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된 유인촌씨의 보도자료에는 출신지가 서울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이란 비판이 일자 인수위는 그의 출신지를 전북으로 바꾸었다. 인사청문회에서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유씨는 "정서적으로 서울이라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 그동안 서울이라고 발표를 했고요…."라고 답변했다.

 

국무총리와 내각 인선을 앞두고 호남출신 하마평이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탕평인사'와 '국민통합'을 약속한 탓이다. 지역 내에선 호남출신 인사들이 내각에 발탁돼 지역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나 무늬만 전북이거나 겉만 호남인 사람이라면 달갑지 않다. 고향을 세탁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린 고위 관리와 정치인들이 많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없이 호의호식해온 인물도 적지 않다. 이런 인물이 '탕평인사' '국민통합'의 상징이 돼선 곤란하다. 정의롭지도 못한 일이다. 또 그런 인물이 과실을 따먹는다면 몹시 배가 아플 것 같다.

 

아무리 탕평인사라지만 인물에 대한 지역여론과 인물 됨됨이도 살펴야 한다. 그리고 호남배려라는 말도 거북하다. 거저 얻어먹는 것 같은 시혜성 어감이라서 그렇다. 탕평 통합에 앞서 정의로운가, 도덕적인가를 숙고해야 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재 kjlee@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