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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명변(愼思明辨)

MB정부에서 경찰청장을 지낸 조현오씨가 지난 주 징역살이에서 잠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이 지난 2월28일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며 조 전 청장의 보석을 허락했다. 2월20일 재판에서 법정구속 된 후 9일만이다. 보석금 7000만 원을 낸 조 전 청장은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고, 외국에 나가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가 2월27일 비공개로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징역을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측도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총수를 지낸 사람이니, 사회적 지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징역사는 것보다 명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본인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워졌다. 게다가 기소돼 법정구속까지 됐으니 이미 명예를 잃었지 않은가.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시절 400여명의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고인이 지목한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막중한 지위를 망각하고 수백명 앞에서 행한 강연에서 경솔하게 허위사실을 공표한 책임이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청장이 즉시 항소했기 때문에 유죄 여부는 재판부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 보아야 한다.

 

문제는 경찰청장까지 지낸 인사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이다. 그가 공무원 신분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한 것 자체가 큰 허물이다. 게다가 그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명예가 훼손됐다는 상대측의 반발 등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지 않은가.

 

법에도 인정이 있다. 재판부는 '반성하고, 피해가 복구됐고, 피해자와 합의했고…' 라며 형을 감경해 준다. 징역살이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 밖으로 튀어나간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말은 잘 생각한 뒤 똑바로 말해야 한다. 그래야 명예를 지킬 수 있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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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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