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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리즘과 'yBa'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지난 8일 사망했다. 세계적인 신보수주의 혁명을 이끌었던 그는 영국이 경제난에 빠져있었던 1979년 취임한 이후 자유시장과 자유경제를 옹호하며 신자유주의의 시장친화 개혁을 밀어붙였다. 재정긴축과 민영화, 금융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그의 정책은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대처는 "There is no alternative-더 이상 대안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대처리즘'은 그가 3연임에 성공하면서 1990년까지 집권하는 동안 일괄되게 추진했던 정책을 이른다. '대처리즘'은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금융산업 육성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몰락과 실업자 양산, 양극화 심화라는 후유증을 몰고 왔다. 대처의 공과가 여전히 논쟁이 되는 이유다.

 

'대처리즘'은 영국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다.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미술분야에서 이루어졌다. 1980년대 이전까지 영국 작가들의 사회적 지위와 작품의 경제적 가치는 평론가와 미술관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처의 신정책으로 국영기업은 민영화되고, 생산성이 낮은 산업은 문을 닫았으며 복지와 교육문화예산은 축소됐다. 그 결과 공공성은 위축되고 미술시장은 활성화됐다. 예술과 자본이 직접 연결된 시장의 논리는 미술계의 관습과 체제를 재편했다. 작가의 성공은 미술시장이 좌우했다. 작가들은 스스로 시장의 생리에 맞게 살길을 찾아야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등장이다. yBa는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 미술가들을 지칭한다. 한국 미술계에도 친숙한 작가로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작품으로 유명해진 '데미안 허스트'나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있다.

 

yBa는 영국 뿐 아니라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시장경제의 신자유주의 체제로 접어들던 영국사회 전환기의 '적자'로 꼽힌다. 그래서 '대처의 아이들(Thacher's Children)'이라는 별명이 붙여져 있다. 사실 미술시장과 손잡고 예술성과 대중성을 넘나들었던 yBa 작가들의 태도에 대한 평가는 고르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급성장한 영국 미술시장의 동력이 바로 이들 yBa에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미술시장과 작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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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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