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올해에도 5·18기념식 불참. 2013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불참했던 박대통령이 올해에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
내년쯤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보훈처가 공식 기념곡을 만들기로 한 것이 발단이다. 당연 5·18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라는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어제오늘이 아니다. 2010년에는 난데없이 '방아타령'이 연주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분명 있다. 4·19도 부마항쟁도 6·10 시민항쟁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력이 이 21세기에도 엄존한다. 친일에 친미, 군사독재의 음덕으로 살아온 사람들. 그들 중에는 이 노래가 '김일성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매도하는 이까지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황석영이 다듬은 백기완 시에 김종률이 곡을 부쳐 탄생한 '부끄러워 만든' 추모의 노래다. 5·18항쟁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그 때 산화한 윤상원과 들불야학의 박기순, 두 사람의 망월동 영혼결혼식에도 참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창작노래극을 통해서라도 두 사람의 영혼을 기리자 하여 만든 '넋풀이' 속죄의 노래다.
그 이후 이 노래는 노동, 농민, 여성운동 등 모든 민주주의 운동 현장에서 불리는 국민 아리랑이 되었다. 살아가야 하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노래'가 된 것이다. '눈물로 쓴 편지'만 지울 수 없는 게 아니다. 피눈물로 만든 노래 또한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기억하지 못하면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된다. 기억하기에 노래만한 것도 없다. 라틴아메리카의 뉴에바 칸시온 노래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타가 총이라면 노래는 바로 그 총알이다. 민주민중운동을 꺼리는 세력에게 이 총알 노래는 분명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더욱 빼앗길 수 없다.
국가보훈처는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해라! 괜한 이념논쟁으로 불란 일으키는 것은 국정지표인 국민대통합의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속죄의 노래라도 부를 수 있어야 대통합의 대열에도 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역사를 거스르려는 작란(作亂)의 장난, 제발 멈추기 바란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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