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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잡기 소동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요즘 소리문화전당 연주회에 가면 희한한 풍광이 눈길을 끈다. 하얀 남방 차림의 젊은이들이 공연 내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관람을 방해한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빈대들이 부척 늘었다. 그래서 빈대잡이들도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내들로 바뀌었나 보다. 그 움직임은 공연분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분주해진다. 감동의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담고 싶어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더욱 가관이다. 앵콜연주 때는 말 그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무색할 정도다.

 

덕분에 관객들은 정신이 없다. 무대에 집중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사방에서 하얀 남방의 사내들이 무슨 비상사태라도 벌어진 양 뛰어다니는데 어떻게 오롯할 수 있단 말인가? 무대의 연주자가 혹시 이 모습에 짜증이라도 내지 않을까, 아니면 관객 중에 성질 좀 급한 이가 일어나 소리라도 지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집중감상을 방해한다. 공연이 우선인지 빈대잡기가 더 중요한 건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다.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찍어대는 것은 물론 안 될 일이다. 공연 분위기도 해칠 수 있고 이웃 관객들에게도 분명 방해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다니는 소동에 비하겠는가?

 

초상권이나 저작권 운운할 수도 있겠지만 휴대폰으로 찍은 것으로 무엇을 어쩌겠는가! 오히려 SNS를 통해 연주자와 공연 자체를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첫 상영을 하려 하는 까닭을 눈여겨보라! 한국의 열성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홍보를 대신해준다지 않던가?)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것은 사전 홍보로 족할 일이다. 관람객을 범죄자 취급하며 통로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며 더구나 공연 자체를 방해하면서까지 단속을 해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태다.

 

관객들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늦어도 십여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감상할 준비를 해야 하며(늦게 와서 하얀 남방의 안내를 받으며 우왕좌왕 자리를 찾는 법석은 또 얼마나 공연분위기를 망치는가?) 임으로 사진기를 들이대서도 안 된다.

 

그래도 이런 식의 단속은 아니다. 공연이 최우선이다. 저작권이고 초상권 문제도 그 뒤의 일이다. 값비싼 입장료를 감내하는 것은 최상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빈대잡기 소동이 없는 성숙한 공연문화의 정착, 진정 시급한 일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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