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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호통

요즘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고성과 정제되지 않은 막말, 그리고 지역구 민원성 질의가 난무하자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17일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두환 씨의 장인 이름이 뭐냐"고 정홍원 총리에게 묻자 정총리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안의원은 "도대체 아는 게 뭐세요? 질의서 안보세요? 준비 안하세요?" 라고 언성을 높였다. 사실 이 같은 국회 내 고성과 막말은 큰 충격도 아니다. 본회의장에서 망치질 하고, 최루탄까지 터트리지 않았는가.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답변이 부실하고,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면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의사기록에 남고, 당장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총리의 무성의한 답변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고성이 나오고, 끝내 막말까지 나올 것이다. 총리나 장관 입장에서는 정곡을 찌르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모조리 공개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품격 떨어지는 질의 답변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정부질문은 현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의원이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비열한 반칙은 하지 않고 정당해야 한다. 흥분은 자유지만 언행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

 

의회 내 품격 문제는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열린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안종호 진안교육장이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불쾌하다"는 표현을 사용한데 대해 도의원들이 "도의회를 경시한 처사다"며 발끈, 도교육청에 인사조치를 권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도의회도 이날 진안교육청의 예산 편성과 업무추진비 사용의 부적정성 등을 놓고 강도높게 질타한 양용모 의원의 질문 방식, 말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양의원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태도로 질문을 했다면, 질문 말미에 굳이 "(본의원이)사적인 감정을 가지고 질의한 것으로 보느냐, 정상적인 질의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안 교육장이 "사적인 감정을 갖고 질의한 것은 아니지만 의회 때마다 저하고 안 좋은 관계로 인식되어서 기분이 좀 불쾌하다"고 답할 이유도 없었다. 안 교육장은 왜 의회 때마다 '도의원과 안좋은 관계가 있다'고 인식하게 됐을까. 의문만 가질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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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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