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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이다. 2001년에 제작된 이래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이 만화영화는 열 살 소녀 치히로가 가족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 이야기다. 내용만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야자키식 우화와 복잡한 상징들은 앨리스와는 또 다른 에너지와 독창성이 돋보인다.

 

영화가 개봉되었던 당시 일본관객들은 열광했다. 영화에서 그려진 일본의 토속 정령 문화가 일본인들의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켰던 덕분이다. 흥행기록도 화제였다. 지금까지 동원된 관객 2350만 명, 수입은 3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2002년)을 수상한 이 영화는 일본 국민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이기도 하다. 미야자키의 이름을 좀 더 친숙하게 기억하게 하는 것은 그의 첫 연출작 '미래소년 코난'이다. 이어 발표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원령공주''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그의 대표작들 역시 현실과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담아 현대인들에게 기억과 성찰의 미덕을 전해주었다.

 

일본이 자랑스러워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의 헌법개정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이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발행하는 '열풍' 최근호에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헌법개정'과 관련한 글을 통해서다.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정부가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치않은 일"이라고 밝힌 그는 "정권의 역사인식 부재와 정견의 부재에 질렸다"며 "생각이 부족한 인간이 헌법 같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고 질타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사죄·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미야자키 감독의 날선 비판은 일본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은 역시 일본의 극우세력이다. 그들은 미야자키 감독이 '매국행위를 했다'며 신작 '바람 불다'의 홍보를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이런 비난에 한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조언한다. "미야자키의 전작들을 다시보라. 그의 작품은 언제나 기억과 반성, 조화와 균형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실 미야자키 감독은 보수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극우세력을 향한 감독의 일갈을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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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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