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은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를 이르는 말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1월 초순에 대통령 선거인을 선출하고, 12월 중순에 이들 선거인이 다시 투표를 해 다음해 1월에 개표한다. 새 인물이 선출될 경우 약 3개월간 사실상의 국정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를 기우뚱거리며 걷는 오리에 비유한 것이 레임덕현상이다. 대통령이나 단체장, 권력기관장 등의 이른바 '통치 누수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레임덕을 이유로 김완주 지사가 3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지난 1일 신문 3사와 방송 4사 등 지역의 7개 언론사 사장단 회동에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장 정치적 진퇴 표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3선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불출마를 공식화한다면 그야말로 레임덕 현상이 도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 지사의 불출마설은 시중에 쫙 퍼져 있다. 중앙 부처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불출마설이 나온 뒤엔 장·차관 만나기가 쉽지 않고 일부 부처는 새로운 지사와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전북은 지금 내년도 국가예산과 기금운용본부 이전, 전북연구개발특구 지정 등 꼭 실현시켜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코 녹녹치 않은 현안들이다. 이행해야 할 공약사업들도 많다. 정치력에 따라 사업과 예산이 움쭉달쭉 할 수 있다. 레임덕은 도정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레임덕이 이미 와 있다는 데에 있다. 김 지사는 레임덕을 이유로 3선 진퇴 입장을 유보했지만, 레임덕은 김 지사 스스로 자초했다. 연말이나 내년 초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면 될 것을 7월이라는 시점을 명시했고, 일찌김치 측근들에게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 등이 그런 예다.
또 언론사 사장단에게 이런 입장을 먼저 밝힌 것도 석연치 않다. 3선 출마여부는 도민 관심사안이다. 그렇다면 출입기자들에게 먼저 입장을 밝혔어야 옳다. 그런 뒤 사장단 만찬회동을 갖는 게 순리다. 출입기자들에겐 이런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언론사 사장단에게만 입장을 밝힌 것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거나, 아니면 언론사 사장들이 잘 알아서 포장해 주겠지 하는 뜻이겠다. 이건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소통이 아닌 일방 통행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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