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7:3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비불외곡(臂不外曲)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팔이 밖으로 꺾이면 부러지고, 불구가 될 수 있다. 팔은 원래 안으로 굽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청과 백으로 편을 나눠 벌어지는 운동경기에서도 응원단은 자기편 선수가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한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야유까지 한다. 양팀이 몸을 부딪치며 열심히 싸우던 어느 순간, 선수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면 응원단끼리도 서로 다툰다.

 

동생이 친구와 다투다가 코피가 터졌다. 동생은 형에게 일러 바친다. 비록 동생이 잘못해 벌어진 싸움인 경우에도 형은 동생을 비호하고, (물론 모든 형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생 친구를 나무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비서실장을 교체했다. 과거 검찰총장, 법무장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김기춘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세상이 시끌벅적했다. 그가 유신헌법 초안을 만들 당시 실무를 맡았던 검사였고,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관계기관장 모임에 참석해 '지역감정을 부추겨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장본인인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치인의 상징처럼 돼버린 김기춘 비서실장은 1992년 초원복국집에서 한 '우리가 남이가' 발언 도청 사건으로 인해 극단적 지역감정 정치인의 대표 주자로 꼽혔다.

 

이를 두고 야당이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장관과 달리 비서실장은 청문회 대상도 아니니 대통령이 야당이나 국민 눈치볼 것 없이 마음대로 임면을 하면 그만 아닌가.

 

실제로 청와대는 대통령직 수행을 잘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인데 웬 잔소리가 많으냐는 분위기다.

 

그런데 내부 비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김용태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초원복집 사건은 민주주의가 훼손된 대표적 사건이다.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며 (국회 밖으로)나간 야당 입장에서는 정말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남이가' 하며 팔은 안으로 굽혀야만 한다고 말했던 김기춘 비서실장. 국정을 폭넓게 보지 않고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처리할까 우려스럽다. 어쨌든 첫 단추는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을 확인시켜준 인사다. 김재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호 jhkim@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