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그게 무슨 말이오. 언제 우리가 기공식만 하고 흐지부지했단 말이오."하고 정색했다. 이 총재는 '이 때다' 하고 이리공단 조성이 그렇고, 군산외항 건설이 그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회동 다음 날 박정희 대통령은 헬리콥터 편으로 급거 내도, 이리공단과 군산외항을 시찰했다. 이렇게 해서 이리공단은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되고, 군산외항건설도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이상은 원로 언론인 정익환씨가 자신의 취재기를 토대로 펴낸 저서 '전북의 빛과 그림자'에서 소개한 사연이다.
이리공단은 1969년 초에 착공돼 1977년에 완공됐다. 정부지원이 지지부진하던 이리공단은 박대통령 방문 후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돼 활력을 띄었다. 1968년부터 거론된 군산외항은 1974년에 겨우 착공됐지만 찔끔대는 정부예산 때문에 언제 완공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방문 후 급진전, 1979년 6월 완공됐다.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여당 정치인이 지역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지역출신 야당 총재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무릇 일이란 칼자루를 쥔 정권 입맛에 맞아야 진전된다. 국가 균형발전은 순진한 공염불이다. 지지부진할 땐 권력가를 이해시키고 압박해야 움직인다. 당시 이철승 신민당 총재가 아니었다면 누가 박정희 대통령 옆구리를 찔렀을까.
전북 민심은 1988년 황색돌풍 이후 민주당 쪽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황색돌풍 27년이 됐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한 때 정권을 잡았지만 정치인 몇이 권력 중심부에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전북의 고립무원은 더했다. 획일적인 집단은 발전할 수없다는 것은 이미 인류역사와 생태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발전이 있다. 경쟁은 커녕 자극없는 무풍지대에서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지역 순회 방문을 하고 있다. 전북 방문은 맨 마지막 순서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전북은 국가사업이 부진한데다 인재 등용도 안되고 있다. 대통령 방문마저 꼴찌다. 전북은 뭘 생각하고 있는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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