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생산해 먹고사는 이 도자기 마을에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각자 특성 있는 도자기를 만들어내 팔면 그뿐이었지만 도자기 수요는 한정되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생산량의 수급을 조절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팔리는 것은 제한적인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 내 것만 팔겠다고 만들어내다 보면 재고가 쌓일 것이고, 그렇다보면 빚도 쌓이고, 그 빚때문에 좌절하게 되고,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제작의 역량까지도 잃게 되는 악순환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스로 생산량의 수급조절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도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과 수요양을 일 년 단위로 측정하는 일이 우선이었다. 물론 마을의 도자기 생산능력은 이 수요를 훨씬 넘어섰다. 그때 주민들이 선택한 것이 '반농반도'의 가치였다.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도자기를 만들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들의 선택은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생태적인 농사법으로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가치와 철학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농사를 지어 마을단위로 자급자족하면서 그 쓰임새에 맞게 만들어내는 그릇은 일상생활에 훨씬 더 적합하고 효용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농사를 짓고 그 경험 속에서 만들어낸 그릇으로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삶의 전체를 유기적 양태로 만들어가는 이 마을 사람들의 선택은 산업화에 밀려 자리를 잃어버린 우리 전통공예의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마을 살리기'가 한창이다. 마을마다 특산품 장려정책이 그 앞자리에 놓여있다. 농산품부터 공예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지금 당장 성공했다 해도 지속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생산의 물량적 규모에만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수요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노동량을 나누어 활용하는 '반농반도'의 지혜가 우리의 '마을 살리기'에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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