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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 통권 300호…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조성에 기여한다." 이 지역 문화종합정보지를 꿈꿔온 '문화저널'이 표방하는 기치다.

 

1987년 6월 항쟁에 이은 노동자 대투쟁 등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문화저널구락부'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창간호를 낸 [문화저널]이 300번째 책을 발간했다. 열악한 지역 여건 속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보란 듯이 뿌리치고 한 권의 결호도 없이 27년을 버텨왔다. '부채를 청산할 수 없어 그만둘 수 없다!'는 말이 말장난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수도권에서도 불가능했을 장한 일을 이 척박한 지역에서 일궈낸 것이다.

 

은근과 끈기! 이 보다 더 적합한 수식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만 머물렀다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했을 것이다. 살아남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뜻 깊은 성취를 이루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해내고 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하나의 정책으로까지 안착시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잡지의 숨은 공이다. 이 잡지와 이를 발간하고 있는 [마당]이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을 마련해주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제 [문화저널]은 역사가 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 지역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일차 사료(史料)를 간직하고 있다. 300호 권두칼럼에서 서울대학교 박명규교수가 지적한대로 '[문화저널]를 통해 본 전북의 사회사'라는 논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하기까진 한 경지가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역사 쌓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제 내려놓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깃발이 되었다. '문화권력'이라는 시샘어린 비아냥거림도 없지 않았지만 27년간 키워온 내공이라면 어느 정도의 '권력'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일 수 있다.

 

문제는 이 잡지가 지니는 가치나 '권력'에 비해 독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소중한 노력의 결실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라도 300호 기념으로 폭발적인 구독자 증가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스스로 이 지역의 문화를 가꾸는 일이요 우리들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길일 터이니.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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