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7:38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한명회 그림자

요즘 인기 영화 '관상'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 무렵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과 충신 김종서 등을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역사적 사건에 대중들의 흥미거리이기도 한 '관상'을 덧칠, 영화적 재미를 더한 영화다.

 

도입부와 말단부에 나오는 늙은이는 수양대군의 책략가 한명회다. 영화는 한명회를 한동안 베일 속에 감춰둠으로써(물론 대부분의 관객은 알고 있지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입부에서 한명회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최후를 맞을 땐 "그 관상가의 말이 틀렸어. 내가 어리석었어. 미신이었어"하며 편안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세조와 예종, 성종까지 세 임금을 모시며 왕에 버금가는 절대 권세를 누리고 천수를 다한 한명회는 훗날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된다. 산 한명회의 목은 온전했지만 죽은 한명회의 목은 잘렸으니, 결국 관상가의 말이 맞은 셈이다.

 

영화 '관상'은 세조가 된 수양대군과 한명회의 최후를 자막 처리하면서 '불의는 결국 심판 받는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아울러 김내관이 뛰어난 관상가였음을 내비친다.

 

한명회는 칠삭둥이로 태어나 체격이 왜소했지만 머리가 비상했던 인물로 알려진다. 부모를 일찍 여의었던 그는 소년시절이 불우했다고 한다. 38세이던 1452년에야 겨우 말단 자리를 얻었다. 수양대군을 먼저 찾아간 한명회는 수양의 머리가 돼 1453년 계유정난과 1456년 사육신 주살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도승지로서 세조를 가장 가깝게 보필했고, 1466년에는 영의정에 올랐다. 세조가 1468년 집권 15년 만에 51세로 단명했지만, 한명회는 예종과 성종의 장인으로서 권력을 이어가는 등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다 1487년 72세의 나이에 죽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격성과 욕망이 강한 존재다. 자신의 욕망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공격성을 키운다. 한명회는 자신의 불우하고 나약했던 젊은 시절을 만회하기 위해 수양대군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했을지 모른다. 수양과 한명회의 욕망이 결합, 공격성도 강해졌다.

 

대개 권력가들은 그 정점에 있는 자들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은 이제 그 진위 여부보다 정치권력의 음모 존재 여부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 '관상'은 세상 사람들에게 '한명회 그림자'를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 같다. 김재호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호 jhkim@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