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 1층은 모빌서예전이다. 커다란 전시실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우산과 등, 부채 등 한지로 만든 각양각색의 모빌에 붓글씨를 써서 색다른 멋을 표현했다.
그리고 일필휘지, 거대한 폭포수처럼, 혹은 승천하는 용처럼 힘찬 붓끝이 살아 움직이는 작품, 잔잔하고 청명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죽 펼쳐진다.
작품들 중에 송하철 전 전북부지사의 서시일도(書是一道)가 눈에 띈다. 서체는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등 다양하지만 그 서법은 하나라는 얘기다. 956명의 서예가가 출품한 1400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그 도는 하나란 것이다. 2층 사경전에서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 회장 등의 작품에서 사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함과 정신세계를 느껴보고, 3층으로 올라가면 '명사의 좌우명 서예전'이 펼쳐진다. 김성주 전북대 교수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의식한 듯 '개권신유천재상 수렴심재만산중(開卷神遊千載上 垂簾心在萬山中- 책을 펴니 마음은 천년의 세월 속을 노닐고, 발을 드리우니 내 몸은 만겹의 산 속에 있네)'을 내놓았다.
또 송영길 인천시장의 '연비어약(鳶飛魚躍-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속에 고기가 뛰어논다)', 남궁진 전 문광부장관은 '언로개색 흥망소계(言路開塞 興亡所係- 언로의 열림과 막힘에 흥망이 달려 있다)' 문희상 국회의원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을 좌우명으로 소개했다.
시인 이근배는 자작시 독필(禿筆)을 한글로 쓴 작품을 내걸었다. "끝이 무지러진 몽당붓을 일컫는 독필이라는 낱말은 스스로 글솜씨를 낮출 때도 쓴다. (중략) 추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열 개의 벼루를 갈아 바닥을 내고 천 개의 붓을 닳도록 썼다'는 글귀를 읽고는 그만 머릿속이 텅 비워 옴을 느꼈다.(중략) 저 추사는 천 개의 붓을 다 쓰고도 글씨가 안된다고 했는데 한 자루의 붓도 대머리(禿)를 만들지 못한 나는 이제 어떻게 붓을 잡으랴."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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