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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PK'의 우리가 남이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인사 대탕평을 공약했을 땐 이행할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신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신뢰는 지금도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요즘처럼 식언(食言) 실언(失言) 정치인이 많으면 신뢰의 값어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전북 방문 때 언급한 내용은 지금 끄집어 내 읽어보아도 금언(金言)이다. "우리나라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 이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꼭 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공평한 인재등용이다. 이 과제를 실천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헛공약이 되고 말 것이다." 정곡을 찌른 언급이다.

 

그런데 어쩌랴. 당선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대탕평 인사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인수위 인선과 조각, 부분 개각, 권력기관장 등 여러차례 인사가 이어졌지만 탕평인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호남출신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떠났으니 내각엔 이제 김관진 국방, 전남 완도출신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두명 밖에 없다.

 

그런 반면 주요 사정라인과 권력기관장은 특정 인맥에 장악됐다. 황찬현 감사원장(마산), 김진태 검찰총장(사천) 후보 인선은 '신 PK(부산 경남)' 시대를 활짝 열어놓았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거제), 정홍원 국무총리(하동),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마산)도 모두 경남출신이다. 김 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까지 겸하고 있으니 그의 입김이 반영됐을 것이다. 그가 누군가. 14대 대선을 앞둔 1992년 부산지역 기관장들과 유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지역감정을 부추긴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의 당사자다. 청와대는 "그 자리에 필요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생긴 결과"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비정상의 극치"라고 쏘아부치고 있다.

 

통합과 대탕평 인사는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도 지역안배라는 게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 대탕평은 커녕 오히려 특정지역 편중인사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통합이 성사될 리 없다. 더구나 사정 라인에 견제와 균형 세력이 없는 건 불행이다. 특정지역의 '우리가 남이가?'는 21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게 놀랍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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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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