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회의원 입지자들이 그랬듯이 책 내용은 자신의 개인사와 정치 철학을 담은 멋진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사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문 작가도 아닌 일반 정치인들이 짜임새 있게 글쓰기 작업을 하여 단행본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평소 조직 관리와 유권자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정치인들이 책을 쓰려면 하루 4∼5시간 수면하며 독하게 자료 수집하고 글쓰기와 퇴고를 거듭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 출판기념회 주변에서는 전문 작가들의 대필설이 돌기도 하고, ‘선거용 기획 출판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직선거를 앞둔 출판기념회는 세 가지 목적 때문이다. 첫째, 자신의 성장과정과 인생역정, 능력, 정치철학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둘째, 자신의 세력 과시다. 유력 정치인, 명망가 등은 물론 구름 같은 지지자들을 모아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감과 위세를 보이기 위한 쇼다. 셋째는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사실 용쟁호투를 벌여야 하는 입지자들 입장에서 이 세 가지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래서 부담없이 열 수 있는 출판기념회는 선거 운동 전에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됐다.
출판기념회의 백미는 무엇보다 정치자금 모금이다. 선거법 제한도 없고 봉투문화가 자연스럽게 뒷받침한다. 이곳에서는 1만 원짜리 책 한 권을 놓고 10만 원을 주고받든 1000만원을 주고받든 상관없다.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국회의원의 연간 후원금 규모를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출판기념회는 제한이 없고 매출액 등 아무것도 공개할 필요가 없다.
거두절미하고, 문제는 돈봉투와 책을 맞바꾸는 사람들의 의도다. 5만 원 정도의 통상적 부조금이라면 논외지만, 수십∼수백만원을 넣은 봉투는 문제다. 출사표를 내고 큰 정치에 나서는 사람의 장도를 위해 내미는 민족 고유의 부조금 치고는 ‘사전 뇌물’ 성격이 짙다. 이런 식의 ‘가는 정 오는 정’은 사고를 부른다. 이를 종잣돈으로 당선된 정치인은 원칙과 공정을 앞세우면서도 결국 뒤에서 반칙하게 마련이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출판기념회 봉투에는 악의 씨앗이 들었을 가능성이 너무 크다. 경계가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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