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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의 산문 폐쇄

지난해 여름, 조선불화 한 점이 공개됐다. 군산에 있는 동국사가 일본에서 환수한 ‘쌍림열반도(雙林涅槃圖)’. 지금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가로형 조선불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현존하는 고려 조선시대 불화는 160여점. 그러나 대부분이 세로형 작품이고 가로형 작품은 이 ‘쌍림열반도(雙林涅槃圖)’와 일본 화장사(華藏寺)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불화 ‘석가탄생도’ 단 두점 뿐 이었던터여서 미술사학계의 큰 관심이 모아졌다.

 

동국사로부터 ‘쌍림열반도’의 감정 의뢰를 받은 정우택 동국대교수는 “염료를 활용한 이중채색법과 금가루를 활용한 방식이 석가설법도(1553년)나 삼장보살도(1568년)의 제작 방식과 같고 승려의 복식과 표정도 조선 특유의 양식을 잘 구현한 16세기 중반의 조선 전기 불화”라고 규정했다. 불화의 특징은 또 있었다. 고려불화에서만 발견됐던 복채법(伏彩法) 사용이었다. 복채법은 그림의 앞면에서 칠하지 않고 뒷면에서 반복해 칠해 줌으로써 자연스러운 색감을 내는 기법으로 고려불화에서 많이 쓰였다. 전문가들은 ‘쌍림열반도’가 17세기 조선불화와는 전혀 다른 채색법과 화풍을 보여주는 걸작이라는 점을 주목했으며 대중들은 불화가 왜 그제야 공개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사실 이 불화를 소장한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에 약탈당한 우리 유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우리 유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종걸스님의 열정 결실이다. 스님은 오래전부터 유물 수집에 특별한 노력을 쏟아왔다. 스님과 친분이 있는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장에게 들어보니 인터넷 옥션을 뒤지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일본에 가 있는 우리 유물을 알아내고 그 가치를 밝혀 환수하는 스님의 노정은 눈물겨울 정도다.

 

동국사는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우리나라 안에 세운 사찰은 500여개. 그중 동국사만 유일하게 남았다. 일본의 조동종 사찰로 지어졌지만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되었다가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등록됐다. 외관 장식이 없고 창문이 많은 대웅전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동국사가 최근 산문 빗장을 걸었다. 관광객들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사찰 차원의 시설 관리가 어렵게 된 때문이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를 내세워 관광객을 부르고 있다. 동국사는 군산이 근대문화유산의 도시로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보자면 더없이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데도 관광객들이 발을 돌리게 된 이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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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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