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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제와 기록

일본군국주의의 부활 바람이 드세다. 아베 정부 관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역사왜곡의 망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국가가 국민을 선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가. 그 형국이 갈수록 가관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봉돼 8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한 영화 ‘영원한 제로’는 가미카제특공대원의 고뇌를 그렸다. 2월 중순까지 660만 명이 관람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인한 헛된 죽음을 미화시켰다는 일본 지식인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영화로 꼽힐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강행한 일본군 특공대의 이름이다. 1945년, 일본은 오키나와를 방어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가미카제 특공대원을 투입해 연합군을 공격했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죽음까지도 당연시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파시즘에 세계가 경악했지만, 일본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 잔혹한 전쟁사를 미화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와 편지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추진은 미화작업의 절정이다. 지난 2월 초 일본 가고시마 현의 작은 도시 미나큐슈 시장이 가미카제 대원들의 유서를 유네스코에 기록유산 후보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유산’을 대상으로 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가미카제 자료를 등재하겠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중국이 나섰다. 1937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인 30만여 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난징대학살과 종군위안부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이다. 일종의 맞대응이다. 난징 대학살 만행과 시체 매장 기록, 시민 탄원서, 위안소 설립 증거 등 등재를 추진하는 문건은 180여건이다.

 

돌아보면 일제강점기, 일본의 조선침략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과거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경험했던 세대가 함께 호흡하고 있으니 넓게 보자면 ‘동시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기의 역사는 분명한 흔적과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다르다. 흔적은 지워졌고 남아있는 기록은 거의 없다. 한 시대의 궤적이 자취를 감추었으니 역사로 증명할 수 있는 방식의 한계가 분명하다. 가까운 과거의 기록을 잃어버렸거나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대가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일본 침탈사의 실체 규명조차 고된 투쟁이 되어버린 현실이 그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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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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