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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의 출마

관료는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을 호칭하는 말이지만 어감이 썩 좋은 말은 아니다. 자신들의 특권 유지에 급급해 ‘철밥통’으로 조롱받기도 한다. 주민보다는 상관, 현장보다는 상부의 눈치에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탁상행정의 상징으로 비치기도 한다.

 

관료(bureacrat)의 어원인 ‘뷰로(burea)’는 원래 책상이나 탁자를 덮던 천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이 17세기 서랍이 달린 책상이란 뜻으로 변했고 국(局)이나 부(部)로 진화했다. 나중에는 책상에 앉아 공무를 집행하는 관리를 칭해 관료로 불렀다. ‘관료적인’이란 의미의 형용사 bureacratic에 ‘절차가 복잡한’이란 뜻도 있는 걸 보면 관료의 부정적 행태까지 담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반면 장점도 많다. 민선시대 이후 행정은 정치적 산물로 변질되고 있다. 행정은 자치단체와 나라를 움직이는 뼈대다. 행정이 정치에 휘둘리면 갈 지(之)자 행보를 걷고 부패하기 십상이다. 이걸 바로잡을 사람 또한 관료들이다. 관료 출신이 아닌 도내 어느 군수는 자치단체 현안을 추진하면서 행정절차와 관련 법규 때문에 끙끙 앓다 결국 고위 관료한테 자문을 받아 순탄하게 해결했다. 그는 이 일 이후로 관료들이 공짜로 밥 먹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곤 한다.

 

관료들의 정치진출이 두드러진다. 6.4지방선거 출마 사퇴 공직자가 156명으로 집계됐다. 중앙 공무원 17명, 지방공무원 139명이다. 도지사 선거에 나선 강봉균 송하진 유성엽이 관료출신이고 시장 군수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출신의 정학수(고창)와 국토교통부 익산청장을 역임한 이명노(진안), 행정부지사를 지낸 박성일(완주) 정헌률(익산), 전주 부시장을 역임한 문명수(군산) 장상진(전주),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유기상(고창), 전북도 국장을 지낸 이환주(남원) 전종수(진안) 권건주(장수) 박준배(김제), 감사원 출신의 황숙주(순창)도 전직 관료들이다.

 

선거 모드로 전환한 이들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은 어떤 생각일지도 자못 궁금하다. 민선시대엔 관료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 스스로를 영혼 없는 존재라 자위할 일이 아니다. 훗날 정치적 봉사의 기회를 바란다면 적어도 서기관급 이상은 정치적인 감각과 기업가 정신, 민간을 들여다 보는 지혜로 평소에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 닥쳐서 하면 늦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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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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