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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공화국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오죽하면 하나뿐인 목숨을 버릴까. 자살 사건을 접하면서 ‘그가 왜 자살을 해야만 했을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자살하는 사람은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다. 대입시험을 망쳤다며 자살하는 학생,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하는 젊은이, 배우자의 외도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하는 여인, 이혼 후 생활고를 견딜 수 없다며 어린 남매를 품에 안고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린 비정한 여인, 치매 앓는 배우자를 간병하다가 동반 자살하는 노인 등 사연도 갖가지다. 씁쓸한 일이다.

 

대한민국은 근래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제 사회에서 성공신화의 모델이 되고 있지만, 그 성공신화의 그림자에는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 정회원국이 됐다. 이후 세계 10위 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위상을 세워가고, 국민 삶의 질도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OECD회원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평균 11.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8.4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34개 회원국 중 1위다. OECD 가입 전인 1993년 9.4명에 불과했던 자살자가 10년 후인 2003년에 22.6명으로 급증했다. 마치 제동장치 풀린 자동차 같다.

 

자살자가 많다는 것은 한국인의 삶의 질이 진짜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안의 어두운 그늘을 비춰 줄 여유가 우리 사회에 없는 탓이다.

 

최근 도내에서 범죄 혐의자들이 잇따라 자살하고 있다. 부안군 승진인사 비리 사건과 연루돼 수사를 받던 전직 고위공무원 A씨가 자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북도에서 발주한 하천 가동보 뇌물사건과 연루돼 수사망이 좁혀지자 현직 도청 고위 간부 B씨가 자살했다. 이번엔 가동보 공사 수주를 위해 지차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가동보 업체 고위간부 C씨가 자살했다.

 

이들 3명의 자살자는 비리 연루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자살했을 것이다. 그들 용어로 ‘의리’를 지키고자 했을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자살한다고 비리가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3명의 자살자 뒤에 숨어 있는 범죄 연루자들은 자수하여 광명 찾을 일이다. 그것이 자살자에 대한 진정한 ‘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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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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