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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과 서점

인터넷 시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보가 쏟아진다. 통신망에 의해 세상을 읽어내는 효용성은 크다. 좀 더 쉽게, 편하게, 빠르게. 세상의 모든 정보를 만나고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시대와 과학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이 있다. 종이책과 서점의 존재와 가치다.

 

어렸을 적, 그림책이나 만화책으로부터 얻었던 아름다운 정신과 진정한 자유,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 인간의 역사와 존재를 깨우치고 성찰하게 해주었던 종이 책이 설 자리를 잃어가면서 서점의 존재도 미약해지고 있다.

 

서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일이지만 줄어드는 폭의 변화가 놀랍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펴낸 ‘2014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기준 3589개였던 서점수가 10년 만에 35%나 감소했다. 지역별 분포를 보니 서울과 6대 광역시에 1300개 서점이 집중되어 있다. 전북은 131개, 역시 전주를 비롯한 군산과 익산에 몰려있고, 군 단위는 겨우 1개 정도의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주의 서점은 그 뿌리가 깊고 융성했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설자리를 잃었다. 한동안 전국적으로도 강세를 보였던 고서점은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고, 지역을 대표하던 서점들도 하나둘 사라졌다. 그나마 전주에는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이 아직 건재하다. 전주시 경원동 동문사거리 모퉁이에 다섯 평 남짓한 가게로 시작한 책방 ‘홍지’의 전성기는 70년대와 80년대였다. 50평 규모 서점으로 변신한 것이 1970년. 아스팔트조차 깔리지 않았던 시절, 지하까지 파 들어가는 홍지서점의 건물을 짓느라 동원된 포클레인은 동네사람들의 큰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81년에는 동문사거리 시대를 마감하고 지금의 자리에 건물을 지어 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홍지서림은 IMF의 한파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매에 붙여지는 기로에 놓였다. 2003년, 전주출신 소설가 양귀자씨가 서점을 인수해 그 명맥이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전주의 구도심 동문거리를 지키고 있는 ‘홍지’는 전주 서점사의 산증인이다. 그만큼 의미 있는 존재다. 그런데 돌아보니 서점을 가본지 꽤 오래다. 그러면서도 서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으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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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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