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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함께 즐기는 화전놀이

이종민 객원논설위원

   
 
 

“작은 개울가에 돌 고여 솥뚜껑 걸고, 기름 두르고 쌀가루 얹어 참꽃[杜鵑花]을 지졌네. 젓가락 집어 맛을 보니 향기가 입에 가득, 한 해 봄빛이 배속에 전해지네.” 16세기의 시인 임제(林悌)의 화전놀이에 관한 시다.

 

화전놀이는 삼월 삼짇날 교외나 산 같은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즐기는 꽃놀이. 진달래꽃으로 화전(花煎)을 지져 먹고 가무를 즐기는 이 놀이의 전통은 이미 신라시대에 시작되었다. 원래 여성놀이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남성들도 즐겼던 대표적풍속이다.

 

그 전통의 맥을 되살리기 위한 봄 잔치가 지난 주말 전주한옥마을에서 있었다. 천년전주사랑모임과 한국차문화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으로 한옥마을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오히려 잠시 사라졌던 것을 이번에 다시 되살린 것이다.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전통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할 때만해도 시의 예산 지원으로 전국에서 500명 이상의 다인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한옥마을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았었다.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전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며 부러움의 혀를 찼었다. 이제는 예산 지원은커녕 자릿세를 요구한다.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달라진 풍속도다. 경기전에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더니 예산을 지원해 운영해오던 시 산하 모든 문화시설들이 반대로 시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장사가 되니까!

 

문제는 그 장사논리에 전통도 문화도 다시 골방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여유와 기품을 자랑하던 이 전통문화마을은 이제 먹거리 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렵게 전통을 지켜오던 장인들은 돈 위세에 밀려 진즉 이곳을 떠나야 했다.

 

두 단체가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이런 위기의식에서이다. 감히 이 도도한 상업화의 물결을 되돌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마을 정체성의 작은 부분만이라도 지켜나가야겠다는 소명감 때문이다.

 

힘겨운 일이리라! 그날 날씨가 그 어려움을 예견해주고 있었다. 봄을 시샘하는 것인지 전통문화를 겁주자는 것인지 바람이 꽃병은 물론 천막까지 뒤엎을 기세로 휘몰아쳤다.

 

서둘러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이 미친바람의 의미를 달리 새겨본다. 전통문화를 등한시해온 것에 대한 경고로. 좀 어렵다고 귀한 풍속을 포기한 것을 질타하는 것이라고. 아울러 시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꿈을 포기했다고 그냥 낙담하고 있어서만은 안 되리라는 결의를 다져보기도 한다. 완전을 꿈꾸는 땅 전주(全州)가 돈만 아는 전주(錢主)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이종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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