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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공천

   

총선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은 역시 매력적인 권한인 모양이다. 거의 죽어 있던 기초선거 공천이 살아나자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공천에 쏠려 있다. 불과 두달 전 까지만 해도 ‘등 돌린 민심’, ‘10%대 지지율’ 등의 비아냥 속에 존재감이 없던 옛 민주당, 인재영입 난항에다 신당 창당의 어려움에 봉착했던 새정치연합 두 세력이 공천을 앞두고 ‘화기(火氣)’가 돌고 있다. 지분 다툼과 기 싸움 하는 걸 보면 새정치는 간 데 없고 공천만 의구할 따름이라는 비유가 딱 들어맞는다.

 

대선 공약인 기초선거 무공천은 새정치민주연합 합당의 제일 명분이었다. 지난 9일 무공천이 부정된 뒤 이젠 ‘개혁공천’이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다. 과거 ‘공천 개혁’이란 말과는 어떻게 다른지 헷갈린다. 공천→ 공천폐해→ 무공천→무공천 폐해 →공천으로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걸 보면 공천권은 기성 정치인들에겐 놓칠 수 없는 권한인 것 같다.

 

개혁공천이란 말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쉽게 말하면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이겠다. 물갈이를 개혁공천이란 말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 뿐이다. 어항 속의 물은 물고기의 배설물이나 박테리아의 활동 때문에 썩기 마련이다.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지는 만큼 물갈이는 필수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갈아준다면 물고기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잘 살지 못한다. 20∼30%씩 물갈이를 해야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새정치연합이 강도 높은 개혁공천을 천명했다. 물갈이 폭이 상당히 클 것임을 예고한다. 당헌에도 30%를 전략공천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역들이 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을 조준하고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호남 현역 기초 단체장이나 의원 중 30~50% 가까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갈이 기준이 문제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언급한 가이드라인은 참 멋지다. ‘국민이 보기에 깨끗한 후보, 능력 있는 후보, 지역 위해 헌신할 후보, 의원이 아닌 국민에게 줄서는 후보’를 꼽았다. 또 ‘명망이나 경력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지역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할 의지가 있는 신인’에 비중을 뒀다. 누가 봐도 개혁공천에 합당한 기준이다.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할까. 실천과정에서 또 감언이설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문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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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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