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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와 시민

21세기를 창조의 시대로 규정한 학자들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창조론’이 대세다. 창조경제 창조문화 창조도시 등 창조의 영역은 경계를 넘나들며 시대적 화두가 됐다. 전라북도 도시들 중에도 ‘창조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도시가 여럿이다. 사실 새로운 지식정보산업 시대에서 도시를 발전시키는 엔진은 더 이상 공장과 같은 대단위 산업기지가 아니다. 창조활동이 가능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도시의 엔진이다.

 

몇 해 전 창조도시 연구자인 사사키 마사유키 교수를 인터뷰했다. 창조도시를 희망하는 전주의 선택이 궁금했다. “창조적 도시는 새로운 예술 활동과 새로운 경제 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상이다. 전주는 전통과 미래를 조화시켜가는, 창조도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보인다.” 사사키 교수의 답은 명쾌했다. 그가 전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다양한 역사가 응축되어 있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돋보이는 시민거버넌스였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창조도시를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수직형 조직의 행정이 앞장서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창조도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만큼 문화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가 주목한 창조도시 ‘볼로냐’나 ‘가나자와’의 사례는 창조도시의 동력이 바로 이들 시민들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도시들은 작은 도시의 장점을 살린 고유한 특성과 전통적 문화유산을 창조적으로 지켜가려는 시민들의 의지로 창조도시가 됐다.

 

창조도시의 관점으로 보자면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창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창조력을 잃고 있다는 것은 시민들이 도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창조도시의 가능성을 두루 주목받았던 전주가 갈수록 시민거버넌스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아픈 지적이다.

 

6월 4일, 지방선거를 다시 치른다. 정책공약을 보니 예외 없이 ‘창조’를 내세운 후보들이 적지 않다. 반가운 일이긴 한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정책과 정책 사이의 모순이 크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실현가능성 없어 보이는 정책으로 인구를 늘린다거나 돈을 벌겠다는 허장성세 공약이 여전하다. 경제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된 지금도 ‘창조’를 구색 맞추기 공약으로나 이용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좋은 후보를 잘 가려 뽑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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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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