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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에게

민선 6기 4년을 책임질 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리고 교육감 등 251명을 선출한 6·4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비교적 ‘조용한 선거’로 치러졌지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상호 비방과 선거법 위반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 보니 모든 후보들 속이 더욱 탔을 것이다. 자신의 경쟁력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표일이 시나브로 닥치니 조급증도 일었을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닥친 브라질 월드컵 출전 32개국 선수들은 그동안 개인훈련과 A매치 평가전 등을 통해 개인 기량과 팀워크를 충분한 수준으로 올려 놓았을 것이다. 그들도 선거 후보들과 똑같은 심정일 것이다. 주어진 90분간 전력을 다해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승패를 가려야 한다. 패한 팀은 짐을 싸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패자에게 ‘영광’을 준다. 출전 자체가 선수로서 영광이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은 선거일 90일전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뛰었다. 공직자 신분인 입지자는 사퇴했다. 사업가는 돌아가 앉을 자리가 있겠지만, 많은 후보들은 패배 부담이 크다.

 

전북은 민주당 텃밭이다. 민주당 공천은 ’떼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안철수 세력과 손잡고 새정연으로 변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단체장 정당 무공천을 번복하는 바람에 혼란이 컸다.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며 나섰던 입지자들 가운데 낭패를 본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이번만은 안철수의 새정치 바람이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전북 정치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큰 꿈을 품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혼란 속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속상하고 분노한 상당수 입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그만큼 선거전도 치열했다.

 

선거는 전쟁이다.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이다. 월드컵 패자는 ‘영광’을 얻지만, 선거 패자에겐 상처뿐이다. 빚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쓰라린 패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지지해 준 수많은 유권자가 있었다. 그가 선거기간에 목터지게 외친 ‘봉사’는 당장 공직을 꿰차야만 달성되는 가치가 아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패자는 4년 후를 기약(?)할 뿐이다. 화살이 왜 과녁을 벗어나 허공으로 사라졌을까. 분석하고 기다리는 것도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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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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