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생각도 비슷하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仁)을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것을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殘賊)을 저지르는 사람은 군주가 아니라 일부(一夫)에 불과합니다.” 군주가 지도자 답지 못하면 한 사내에 불과하고 언제든 방벌(放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방벌은 내쳐서 몰아낸다는 의미로, 오늘날로 치면 선거 때 교체한다는 뜻이겠다. 순자 맹자가 2200여년 전에 설파한 혁명적 사상이다.
전북의 6·4지방선거는 민심의 흐름이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지역의 맹주를 뽑는 시장 군수 선거에서 14개 지역중 7개 지역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공천=당선’ 등식이 깨졌고 현역 프리미엄도 작동되지 않았다. 익산, 김제, 완주, 진안, 장수, 임실, 부안이 그런 곳들이다. 실정과 오만, 오락가락한 기초선거 불공천, 공천을 빙자한 사천(私薦), 갈팡질팡한 경선 룰, 지분 챙기기, 당내 갈등 등이 심판받았다. 공천권을 행사한 이춘석, 최규성, 박민수, 김춘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달도 차면 기울 듯 어떤 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되기 마련이다. 민심은 정치지도자들의 흠결과 독선을 콕콕 집어내 심판했다. 말로만 새정치 운운하고 속으론 구태정치를 편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세월은 빠르고 민심의 흐름은 도도하다. 당선된 정치지도자들이라고 해서 민심이 항상 떠받쳐 주지는 않는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공적 자원을 자신과 자신의 친인척이나 패거리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제멋대로 활용한다면 언제든 방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2016년 총선이다. 지방선거의 민심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물이 배를 뒤집어 엎기 전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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