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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발적 발전'의 가치

   
 
 

제 2차세계대전 이후 고도성장기를 맞은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도시발전의 동력을 얻기 위해 나섰다. 그들 대부분이 선택한 전략은 도쿄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지점을 유치해 ‘지점경제도시’로 성장하거나 단순한 생산기능만을 갖는 기업도시, 혹은 콤비나트(kombinat) 도시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외부의 힘을 빌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이 전략은 경우에 따라서는 운좋게 도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그 대부분이 지역의 독자적인 문화 전통과 자율적인 기반을 잃어버리는 도시로 전락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들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곳이 있다. 내발적 발전 이론의 본고장인 창조도시 가나자와다.

 

가나자와의 ‘내발적 발전’의 동력 역시 순조롭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1962년 일본은 ‘신산업 도시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가나자와시도 정부의 정책에 맞추어 석유와 콤비나트 등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재빨리 기획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지방도시로서는 신산업 도시로 지정받는길만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경제 리더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일본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가나자와에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가나자와는 신산업도시로 지정받는데 실패하자 도시의 중심 산업이었던 섬유산업을 통해 내발적 발전의 기틀을 다져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내발적 발전’의 전략은 가나자와를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내발적 발전의 핵심은 지역에 있는 고유한 기술 인재가 서로 결합해 탄탄하게 지역 안의 시장을 확대하는 것, 거대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사람들과 자원과 시장을 소중하게 지켜나가면서 내발적인 가치의 힘을 소중하게 키워가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 가나자와와 가까운 도야마는 도쿄 등 대도시로부터 자본을 들여와 급속하게 성장한 도시다. 그러나 외부 자본이 빠져나가자 심각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급속한 성장정책이 남긴 환경파괴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았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는 시점, 다시 ‘내발적 발전’을 내세운 자치단체들이 있다. 새롭진 않지만 반가운 풍경이다. 그런데 그 바탕을 들여다보면 ‘내발적 발전’의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대규모 지역개발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인식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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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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