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처세술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결단을 빨리 해야 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맞지 않는다. 행정, 정치, 기업 어떤 조직이든 토론과 직언문화가 살아 있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다. 조직의 수직· 수평 라인이 크로스체크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할 때 부가가치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관료조직이 혼란스럽다. 단체장이 바뀐 자치단체 공무원 조직이 특히 그렇다. 어떤 자치단체는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설이 나돌고 이를 반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 일부 자치단체는 사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리에 충성파를 배치했다. 선거 기여 세력에 대한 보은인사다. 이런 사람은 언론과 사법당국의 꾸준한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가장 혼란스런 곳은 익산시다. 간부들이 ‘예스맨(yes man)파’와 ‘소신파’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박경철 시장에게 무조건 ‘예, 예’ 하며 충성하는 ‘예스맨 간부’들이 있는가 하면, 사리에 맞지 않으면 ‘노(no)’라며 직언하는 ‘소신 간부’들이 서로 흰 눈을 들이대고 있다. 충돌할 바엔 좀 더 치열하게 격돌했으면 한다. 토론과 직언, 비판과 대안 모색 끝에 나온 민주적 의사결정은 곧 조직의 힘이 되고 집행의 정당성도 담보된다. 그럴 때 조직도 살아난다.
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현실화된 조직은 미래가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정을 맞을 망정 직언은 해야 되고,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참다운 역할이다. 굳은 소신을 갖고 일해 온 다수의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영혼 없는 공무원’들에게 내몰리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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