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 미술관에 301점의 한국도자기가 더해졌다. 전주 출신 재일교포 이병창씨가 수집한 컬렉션이었다. 초대 오사카 총영사를 지냈던 그는 중국도자기 50점과 연구기금을 더해 소장하고 있던 컬렉션을 이곳에 기증했다. 덕분에 동양도자미술관은 한국도자기 연구의 거점으로도 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미술관은 3층에 ‘이병창 컬렉션’ 전시실을 따로 두었다. 고려시대의 청자상감모란문매병, 조선시대의 청화초화문호와 철사매조문호를 비롯해 걸작이 즐비하다. 조선 정조시대 대표적인 백자항아리로 꼽히는 ‘백자청화 동채 연꽃무늬 항아리’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 동양도자미술관을 들러볼 기회가 있었다. 3년 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이병창컬렉션’ 도록으로 이미 감동 받았던 터였다. 눈과 마음은 기대 이상의 호사를 누렸다. 문득 우리 도자기가 왜 이곳에 기증되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전시실 입구 인사말, ‘숙고 끝에 국외에서 한국문화유산을 발창하기 위해 귀한 컬렉션을 일본에 두기로 결심했으며 한일우호친선의 힘이 되고 재일 한국인의 지위향상을 뒷받침 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기증자의 뜻이나 ‘이러한 깊은 사려와 뜨거운 기대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미술관측의 답이 의미심장했다.
알려진 일화가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병창씨는 국립박물관에 자신이 아끼던 백자를 기증했다. 그는 백자를 온도 습도를 맞춰 전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당시 설비가 미흡한 박물관으로서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가 다시 한국에 와 다시 백자를 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병창컬렉션’이 도자미술관에 기증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