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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의 세계화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고 했다. 더운 기운(暑氣)을 제압하고 굴복(制伏)시킨다는 뜻이다. 무더위를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정복하자는 뜻이겠다. 그러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양가 많은 음식으로 복달임을 하는 까닭이다. 伏(복)자는 엎드리다, 굴복하다는 뜻이다. 伏을 파자하면 사람 人(인)변에 개 犬(견)이다. 사람 옆에 개가 엎드려 있으니 개는 사람에게 든든한 존재다. 그런 연유인지 복날엔 멍멍이의 희생이 컸다.

 

그런데 요즘엔 삼계탕을 많이 찾는다. 삼계탕은 계절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겨 찾는 보양식의 지존이다. 닭고기는 단백질 함유랑이 높고 지방이 적어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삼계탕에 들어있는 인삼 대추 마늘도 더위를 이기는 영양소다. 최근엔 한방삼계탕, 전복삼계탕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계탕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낼 때 제 맛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 중의 하나도 삼계탕이다. 삼계탕의 원조로 불리는 서울 서소문의 한 삼계탕 집은 언제 가도 일본, 중국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닭 전문업체인 하림은 일본 홍콩 대만 호주 싱가폴 태국 등 6개국에 삼계탕을 수출하고 있다. 동남아에선 삼계탕 전문점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삼계탕이 식품위생 점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에 이달부터 수출된다. 축산물의 미국 진출은 삼계탕이 처음이다. 2004년 가금류 가공제품의 수출을 미국에 요구한 지 10년만이다. 수출의 문이 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미국 식품안전조사국의 서면조사, 2008년 현장조사 및 보완 요구, 2010년 현장 재조사 및 보완 요구, 2012년 삼계탕의 대미 수출 법적 근거 마련, 올해 3월 26일 가금제품 수출국가 목록에 한국을 추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등 복잡한 과정을 밟았다. 하림의 문경민 이사는 “수출업체는 전북의 하림과 경기도의 마니커 두 곳인데 하림은 연간 100만 달러 어치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계탕의 세계화는 다른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AI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에게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인들이 이열치열의 심오한 뜻을 알는지 모르겠다. 뚝배기에서 우려낸 뜨거운 음식을 땀 뻘뻘 흘리며 먹은 뒤 “어이, 시원하다”고 하는 그 느낌 말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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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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