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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건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교황의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1984년과 1989년 두 번 방한했다. 1984년에는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대회 및 순교복자 103위 시성식’이 열렸고, 1989년에는 ‘제44차 세계 성체대회’ 가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은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겸해 이뤄졌다.

 

이번 방문은 시기적으로 절묘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혼란과 갈등이 유난히 많다.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가 간절한 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세월호 참사 유족 등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하고 사랑으로 다독였다.

 

한없이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겸손한 자세가 뭇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었고, 방한 기간 중 그의 언행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교황의 한국 방문시 비춰지는 대한민국은 순교와 분단, 가난의 역사다. 그들은 한국 사회 곳곳 비틀리고 응어리진 곳을 어루만지고자 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방한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 땅바닥에 엎드려 입을 맞췄다. 그는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하며 목숨을 걸고 쌓아올린 한국 천주교 역사에 경의를 표했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나와 있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하는 등 고통 속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먼저 챙겼다.

 

소형차와 KTX를 이용하고, 아이들 이마에 입을 맞추며 축복하는 그의 겸허한 모습에서 사람들은 낮은 곳을 챙기고, 청빈한 생활을 고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실된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 연설에서도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는 18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뒤 한국을 떠났다. 이날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위로와 평화, 화해가 필요한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남북한을 향해 “죄지은 형제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다. 사랑이든 평화든 결국 상대방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전제될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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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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