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토교통부가 호남KTX 운행계획 수정안을 전격 발표했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국가 기간교통망인 고속철도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삼모사식으로 졸속 결정한 것은 정부로서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로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호남권은 실익 없는 고속철도가 되고 말았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저속철을 없애고 고속철을 늘리라고 500만 호남인들이 요구했건만 고속철은 안 늘리고 저속철만 없앴기 때문이다.
우선 4월부터 호남고속철도가 본격 개통되면 서울에서 익산역까지 1시간6분, 광주송정역까지는 1시간33분으로 단축된다. 빠르고 편리함 때문에 고속철도 이용객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코레일에서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수요예측조사를 통해 서울∼광주송정을 오가는 KTX를 현재 44회에서 56회로 12회 늘리고, 서울∼여수를 오가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6회로 8회 늘리는 등 모두 20회를 증편하려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지난달 6일 코레일에서 갑자기 호남KTX 운행편수 82회 가운데 22%인 18회를 서대전역으로 경유시키겠다는 변경 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대전지역 출마를 염두에 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입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의 발표 결과, 호남KTX의 서대전 경유는 빠졌지만 하루 20회 증편 운행계획 대신 고작 6회만 늘어나는데 그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경부선 KTX는 하루 160편으로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비해 호남선은 하루 68편으로 40분 간격으로 운행돼 경부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반면 서대전은 별도로 KTX를 투입, 하루 18회 운행하기로 해 코레일과 대전지역의 의도대로 관철됐다. 그나마 익산역이 서대전발 KTX의 회차지 역할이라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그럼에도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원회는 ‘꼼수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역 호남출향인의 교통 불편과 호남-충청의 상생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의 수정안을 수용한다는 송하진 도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의 입장이 무색할 따름이다. 애초 호남고속철도는 천안에서 남공주를 거쳐 익산 광주 목포를 잇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충청북도의 강력 요구로 오송역이 끼워 넣어졌다. 여기에 대전까지 끼어들려 하니 호남을 무슨 핫바지로 보는 것인가.
내년 1월이면 수서발 KTX가 신설된다. 이번에 늘리지 못한 호남선과 전라선KTX 증편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선거를 앞둔 전북 정치권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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