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14:07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시장의 쇠락과 부활

이웃 도시 광주에는 이름 난 전통시장이 있다. 대인예술시장 별장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린 대인시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문체부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에 선정되어 2018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이다. 자료를 보니 2011년 대인예술야시장이 시작된 이후 해마다 6회 혹은 7회 정도 야시장이 운영되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8만1000명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통계가 있다. 회당 평균 방문객은 1만 명~1만5000 명 정도. 한 달에 한번 금요일과 토요일을 엮어 개설되는 야시장 성과로 보자면 놀라운 숫자이니 벤치마킹 사례로 꼽힐만하다. 그러나 톱아보면 이 시장의 근본적인 미덕은 따로 있다. 지역 예술가들이 전통시장의 쇠락을 주목, 시장 부활에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애초 시장에는 70~80명의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공짜로 얻거나 싼값에 빌려 입주했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는 쇠락해가는 대인시장의 예술가 입성을 주목했다. 시장을 전시장으로 변화시킨 ‘시장 속 비엔날레’는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을 안겼다. 예술로 전통시장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된 계기였다.

 

2월 마지막 주에 문을 연 대인예술시장을 다녀왔다. 7시부터 시작된 야시장 거리마다 노점가게가 이어지고 미로처럼 잇대어진 골목 안은 관광객들로 들어찼다. 그런데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니 예술가들은 어디 있을까 궁금했다. 몇 개의 노점과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한 평 갤러리가 있었지만 예술가들의 공방과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은 찾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어김없이 따라붙은 것이 임대료 인상. 정작 전통시장의 부활을 이끌었던 예술가들은 시장 안에서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대인예술야시장에는 예술가들보다는 셀러(seller)들이 더 많다. 프로젝트팀이 일정한 비율로 예술가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셀러의 비율이 작가들의 다섯 배나 되는 탓이다.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정삼조 감독은 상인과 예술가와 청년 상인이 융합한 창조적 예술시장이 대인시장이 가야할 길이라고 소개했다. 밀려나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찾아주는 일이 더 절박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 이런 위기는 대인시장만의 것이 아니다. 돌아보면 이제 겨우 숨통을 트기 시작한 몇몇 전통시장들이 한결같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쇠락과 부활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