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풍년이 들면 농민들은 즐겁기보다는 되레 시름이 더 깊어진다. 지난해와 그러께 2년 연속 대풍(大豊)이 들었지만 농민들은 한숨만 지었다. 농작물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홍수출하로 인해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도 위축돼 판매마저 뚝 끊겼었다.
실제 감 농사의 경우 10kg 한 박스당 평년에는 3만원~5만원을 호가했지만 지난해에는 절반 가격에도 못 미쳐 수확한 감을 땅에 묻거나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매실 포도 배 등 다른 과일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채소류는 더 심각했다. 배추와 무는 가격 폭락으로 인해 생산비도 못 건지자 곳곳에서 갈아엎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풍년이 들면 오히려 농민들을 옥죄는 ‘풍년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쌀과 채소 생산량이 늘었는데 농가 평균 소득은 200만원이 줄어든 반면 2013년에는 쌀과 채소 생산이 줄었지만 농가 소득은 도리어 100만원이 늘었다. 이처럼 지난 5년 사이 농작물 생산량과 농가 소득이 거꾸로 움직인 것이 4차례나 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산물 수급관리가 시급하다. 공산품과 달리 농산물은 5~10%만 생산이 늘어도 가격이 50%이상 폭락한다. 반대로 생산량이 조금만 모라라면 가수요까지 겹쳐 폭등한다. 따라서 정부와 자치단체 농협 등 농정당국에선 농산물의 적정한 수요와 공급을 유지하는 전국적인 수급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후진적인 유통망 개선도 둘러야 한다. 우리 농산물의 80%는 전문성이 부족한 유통 상인과 농민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번 3·11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당선자들의 공통적인 약속이 농산물 유통 개선과 판로 확대를 통한 농가 소득증대이었다. 이제 농협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완주 고산농협과 용진농협이 좋은 본보기다. 경제사업과 로컬푸드 직거래로 전국 농협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 농산물 수출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와 우리 농산물의 소비 촉진대책도 필요하다.
사람 찾는 농촌, 제값 받는 농업, 보람 찾는 농민, 전라북도의 3락(樂) 농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