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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광교·유자광도서관

유자광(柳子光)은 인명사전에 따르면 간신으로 그려져 있다. 경주 부윤(시장)을 지낸 유규(柳規)의 서자로, 남원 고죽동 황죽마을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본관은 영광(靈光)이다. 재주와 용맹이 뛰어나 1468년(세조 14) 무과에 올랐고 남이 장군 등을 역모로 몰아 죽인 공으로 공신이 됐다. 유자광은 자신의 시가 쓰인 현판을 함양 군수로 부임한 김종직이 떼내 버리자 김종직 문하 김일손의 사초 중 조의제문(吊義帝文)이 있음을 트집 잡아 김종직의 저서와 현판을 모조리 불사르게 하고 그를 탄핵해 대역죄로 몰았다. 이른바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연산군이 폐위되자 이번에는 성희안과의 인연으로 중종반정의 공신으로 책봉돼 무령부원군(武靈府院君)에 피봉됐지만 그후 탄핵을 받아 훈작을 빼앗겼다. 귀양지에서 장님이 돼 사망했다. 세조의 총애를 받았고 자신의 신분에 당당히 맞서 중종에 이르기까지 5대에 걸쳐 임금을 모셨다.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낙인 찍혀 희대의 간신으로 기록된 인물이다.

 

그런데 남원지역에서는 유자광 이름을 딴 대로와 도서관 명칭을 짓자는 주장이 나왔다. 남원고전문화연구회가 최근 남원시 도토동 부영 5차 아파트 앞에 신설 중인 인도교의 이름을 ‘유자광교’로 짓고, 고죽동의 황죽 작은도서관을 ‘유자광 작은 도서관’으로 개명하자고 이환주 남원시장에게 건의했다. 또 박문화 남원시의원도 5분 발언을 통해 인도교와 도서관 명칭에 유자광 이름 사용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유자광은 1908년(순종 2년) 죄명을 탕척받고 삭탈된 모든 관작을 돌려받아 명예를 회복한 남원의 큰 인물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의 이름을 부각시킴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고 공을 인정해 주자는 뜻이겠다.

 

글쎄다. 사면 복권됐다고 해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행위까지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간신의 행적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떼낼 수가 없다. 간신을 갑자기 남원의 ‘큰 인물’로 변환시키는 건 무리다. 더구나 그의 이름을 도로와 도서관에 붙이는 건 좀 거시기하다. 대로와 도서관에 유자광의 이름을 써 붙인다고 해서 남원의 이미지가 쇄신되고 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까.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다. 공연히 간신의 고장이란 불명예만 세상에 드러낼 지도 모른다. 명칭 사용은 신중히 해야 한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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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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