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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의 제망매가

소설 ‘혼불’로 유명한 작가 최명희는 1985년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월간 전통문화에 소설 ‘제망매가’를 연재했다. 여성 명창 안향련의 가련한 죽음에 관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전주와 완주가 배경이고, 이 지역 인물과 풍경, 민담과 설화, 민요, 굿 등이 오롯이 배어 있다.

 

하지만 제망매가는 미완이다. 연재 도중 잡지가 폐간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최명희는 계속 이어진 혼불 연재 때문에 제망매가 집필을 재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으니 일반인들이 최명희의 소설 제망매가를 책으로 읽을 기회는 없었다.

 

그 소설 제망매가를 최명희문학관이 세상 사람들 앞에 선보이고 나섰다. 올해로 개관 9주년을 맞은 최명희문학관이 21일부터 5월5일까지 한옥마을 부채문화관 지선실에서 제망매가 삽화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판화가 유대수씨와 서양화가 황진영씨가 소설을 읽고 작업한 판화와 펜화 작품이 더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소설의 특정 대목 상황에 걸맞는 그림을 유대수 작가는 판화로, 황진영 작가는 선이 가는 펜 드로잉으로 작업했는데 소설 속 인물의 감성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에는 1960년대 전주의 풍경과 역사 인물 등이 가득하다. 소리광대 임호근의 한 세상 소원은 명창이다. 최명희 작가는 임호근이 명창을 꿈꾸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완주 출신의 권삼득 명창이 부친의 강력한 반대에 맞섰다가 결국 파문 당하면서까지 소리꾼의 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절묘하게 접목시켰다. 또 한벽루를 지은 최담과 함께 조선시대 명필 이삼만도 등장시킨다. ‘그날도 그들은, 한벽당의 옛 주인 월당 최담 선생의 유허인 월당지 주변 대숲에 이르러 이삼만의 글씨를 어루만져 보았던 것이다.’

 

전주천변의 풍경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연날리는 패들은 쇠전 강변 언저리로부터 매곡교를 지나 전주교가 가로 걸린 초록바우 동천에 이르기까지 가득하였다.’

 

경기전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조선을 세운 임금의 관향이라해서, 그 선조의 뼈가 생겨난 전주에, 경기전을 세운 뒤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고,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엄숙하게 분향 제전을 받들었던 곳이, 이제는 허물어져 담장조차 무너지고 있었다. 지난 5백 년 동안, 누구라도 말에서 내려야 했던 경기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게 울창한 아름드리 고목들이 얼마든지 있었고…’ 소설 제망매가는 살아 있는 전주 완주 역사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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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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