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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습지의 꼬마잠자리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곤충이 산다. 그 무수한 곤충 중 인간의 눈에 띄어 이름이 붙여진 곤충은 우리에게 알려지지만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아 세상에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곤충도 무수할 터다.

 

잠자리는 여름에 더 친근한 곤충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세계 각지에서 널리 볼 수 있으며 알려져 있는 종이 5,000여종에 이른다’고 소개되어 있다. 한국에도 107종이나 알려져 있다니 잠자리가 유독 인간과 친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매우 귀한 잠자리가 산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다. 그래서 이름도 ‘꼬마잠자리’라 붙었다. 따뜻한 지형의 고지대 습지에서만 서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고산습지가 드문 우리나라 환경과는 맞지 않은 까닭에 희귀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도 꼬마잠자리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전북대 농생물학과 김태흥 교수팀이 지리산 왕등대 늪지에서 꼬마잠자리를 발견, 국내의 구체적인 서식처로는 유일하게 공식 기록됐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0년 완주에서도 꼬마잠자리 서식처를 발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서식처를 학계에 공식 보고하지 않았다. 지리산 왕등재 서식처가 알려진 이후 이 일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꼬마잠자리는 이후 전국적으로 관찰되고 있지만 개체군은 매우 적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증가하고 있는 휴경 논에서 다수의 개체군이 관찰되지만 그런 논은 짧은 시일에 육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체군과 개체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꼬마잠자리를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해놓았다. 동전만한 크기의 꼬마잠자리는 빨간색을 띤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예쁘다. 맑은 선홍색 아름다움을 지닌 수컷과는 달리 암컷은 보호색을 띠고 있어 좀체 눈에 띄지 않는다.

 

김 교수팀에 의해 발견된 완주 고산 습지의 꼬마잠자리 서식처는 당시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금껏 고산늪지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졌던 꼬마잠자리가 고산지대가 아닌 해발 260m 정도의 습지에서도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팀이 구체적인 서식처를 공개하지 않았던 덕분인지 고산 습지의 꼬마잠자리 서식처는 그 이후 특별한 뒷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

 

곤충은 모든 자연 생태계를 건강하게 순환시키는 존재다. 멸종위기에 처하는 곤충이 많아진다는 것은 환경이 그만큼 훼손되어간다는 증거다. 고산 습지, 꼬마잠자리의 서식처가 오래도록 무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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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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