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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

여러해 전 한 여름 산사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스님은 모여든 중생들을 향해 마음을 비우라 하셨다. 산사체험은 사찰마다 특징을 갖고 행해지지만 발우공양은 기본 의식이다.

 

발우공양은 스님들의 전통적인 식사의례를 이른다. 발우(바루)는 스님들의 밥그릇이다. 사전에는 ‘옛날 부처가 가섭이 모시던 용을 밥그릇에 가둬 항복을 받아낸 일이 있는데, 그 밥그릇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항용발(降龍鉢)이라고도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릇은 4개로 구성되는데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속에 차례로 들어가 종국에는 하나가 된다. 큰 그릇이 밥그릇, 두 번째가 국그릇, 세 번째가 물을 담는 청수그릇이고 가장 작은 그릇이 반찬을 담는 찬그릇이다.

 

산사체험에서 대중들의 발우공양 시간은 특별했다. 두 줄씩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수행자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은 이르신다. “제대로 공양하지 않으면 청숫물을 다 먹게 됩니다.”

 

발우공양은 소리 나지 않게, 음식 씹는 입도 보이지 않게, 꼭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어야 한다. 절집에서는 다도와 발우공양 같은 일상도 수행의 과정이다. 공양은 소박하지만 초라하지는 않다.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다. 조금도 넘치지 않게 나누는 절제와 겸양의 정신이 담긴 공양은 평등사상의 실현이다.

 

스님들은 네 개의 그릇으로 발우공양을 하지만 체험으로 만나는 발우공양은 그릇 하나로 이뤄진다. 반찬은 서너 가지, 나물과 함께 단무지 한 조각이 주어진다. 일상에서 익숙한 단무지가 반갑다. 그런데 발우공양에서 단무지는 반찬이 아니다. 발우에 붙은 찌꺼기를 닦아내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니 반찬으로 여겨 먹어버리고 나면 나중에 찌꺼기를 닦을 수단을 잃게 된다. 마지막까지 깨끗이 헹구어낸 물과 단무지는 물론 마시고 먹어야 한다. 이 단무지 한 조각이 전해준 깨달음(?)이 크다. 사람에 따라서는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의 교훈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채식 홍보가 윌 터틀 박사가 발우공양을 했다. 그가 전한 발우공양의 의미가 흥미롭다. “발우공양은 맑은 음식과 그 음식 속에 담긴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는 기도, 물 한 방울까지 비우는 낭비 없는 식사 그리고 모든 존재를 향한 연민까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가치가 담겨 있다.”

 

이즈음 TV예능프로그램에서도 발우공양 체험이 인기란다. 이유가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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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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