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건 백강전투는 대륙과 반도, 열도의 지정학이 펼쳐낸 숙명적 전쟁이었다. 이 백강전투가 한·일 원한의 시초라는 주장이 관심을 끈다.
원형사관을 연구해 온 김용운 전 한양대 교수는 최근 펴낸 ‘풍수화(風水火)’에서 “백강전투는 한·중·일 갈등의 씨앗이 된 전쟁이고 백제와 왜로 하여금 신라에 대한 원한을 남겼다.”며 그렇게 주장했다. ‘풍수화’는 주변 국을 흡수하는 중국은 물(水)로, 섬에서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일본은 불(火)로, 그 원형을 파악하고 바람의 원형을 지닌 한국을 풍(風)에 빗댄 표현이다. 원형은 민족 집단무의식을 말한다.
백강전투에서 패한 백제인 일부는 대마도에, 일부는 일본 열도의 맨 서쪽인 지금의 하기(萩)에 당도했다. 하기지역 조슈(長州)의 번주(藩主)는 백제계인데 늘 신라와 당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은 조슈 번(藩)의 군사학 가문 출신이다. 조선과 중국 땅을 뺏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친 인물이다. 이토 히로부미와 명성황후 시해 지휘자인 미우라 고로,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등이 직·간접적 제자들이다.
아베 총리도 같은 계열의 인물이고 중대 결정을 할 때는 요시다를 신주로 모신 쇼인신사를 참배한다. 지금의 한·중-일본 간 대립도 ‘반 신라, 반 당(唐)’의 연장이고 ‘요시다 정신’에서 발원한다는 것이다.
김 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 옛 신라 땅이고, 아베 총리가 조슈 출신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원형이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백강전투와 그후의 구도가 지금의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두 영수가 앙숙인 것이 참 흥미롭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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