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를 취한 뒤 증국 증시가 폭락하고, 한국 증시도 큰 하락세를 보이던 참이었다. 북한의 목함지뢰와 2발의 포탄, 남한이 쏜 36발의 포탄은 한국 증시를 폭락시켰다. 다행히도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도 대북 확성기 심리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리스크는 중국발 경제 불안인데, 중국이 보여 줄 글로벌 리더십이 관심거리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사과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남측에 진정어린 사과 표명을 했다고 믿기는 어렵고, 극한 대립 속에서 벌어진 협상을 어떻게 해서든 성공시키기 위해 양측이 내놓은 지혜 소산으로 보인다.
남북합의문 제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돼 있다. 당국은 ‘북측’이라는 명백한 주체를 명시해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이를 공식 합의문에 명기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 또 유감이란 표현이 외교문서에서는 사과를 뜻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문제는 제2항 ‘북측은∼유감을 표명했다’가 애매모호하다는 사실, 유감은 사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2항에서 ‘북측은’ 이라는 주어가 있지만, 이는 주어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의 실체가 아니다. 그저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에 부상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주체일 뿐이다. 그들이 도발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주어 ’북측’은’은 제3자일 뿐이다. 또 유감은 사과가 아니고, 지뢰 사건에 대한 국민 감정에 부합하지도 않는 완전히 다른 단어다.
몇 가지 ‘유감’스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것들이 모두 지켜지기만 한다면, 8월25일 새벽 양측이 서명한 남북합의문은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와 통일이다. 당장 서운하다고 평화와 통일을 걷어 차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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